다친 다음 날 (11월 22일)
오메...
팅팅 부었다. 붕대 자국 그대로 남음.
진통제(Advil) 를 낮에 2알씩 3번, 밤에 자기전에 2알을 계속 복용해줘야 했다.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지 확실히 통증은 없었음.
발가락이 젖혀지지 않는다. 저게 최대한 발가락을 뒤로 젖힌 것ㅠ
코끼리 발 같아
손으로 슬쩍 발을 만져봤는데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넘 아프다.
발에 모든 피가 쏠리며 팽창해서 터질 것만 같은 기분! 30~40분에 한번씩 20분간 얼음찜질을 해줬다.
이때부터 멘탈과의 싸움이다.
'내가 다리를 못쓴다고??'
'내가 일을 못간다고??'
받아들이기 싫었다ㅠㅠ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 일을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했다.
돈을 못 벌으니께...
하;; 당장 다음달 렌트비는 어떻게 내지? 차 할부값도 나가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큰 돈 나갈일이 있었어서 저금해돈 몫돈을 다 쓴 뒤였다.
당분간 페이첵 투 페이첵으로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일까지 못하게 생겼으니.
며칠 못 나가면 얼마 손해고 일주일 못 나가면 얼마 손해고 이주일 못 나가면 얼마 손해고..
계속 계산기 두드리고 있었다ㅠㅠ
벼락거지가 된다는게 이런 기분인가
그리고 복귀한 뒤에 원래 하던 쉬프트를 그대로 받을 수 있을까?
솔직히 다리 다친 것 보다는 먹고살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가족이랑 같이 살았다면 걱정을 덜 했을텐데... 한국에 있는 가족이 절실히 생각 났다.
셋째 날 (11월 23일)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장을 보러 갔다.
전동카트가 구비되어 있어서 이걸 타고 남친에게 지시를 하면 남친이 바구니에 쏙쏙 담아줬다 ㅋㅋㅋ
의도치 않은 갑질😆
전속력으로 달려~ 부아앙~!!
이렇게 혼자 장은 보겠는데 이걸 들고 주차장에서 올라가는걸 못하니 누구의 도움이 필요하다.
넷째 날 (11월 24일)
발 바깥쪽에 멍이 더 진해졌다.
다셋째 날 (11월 25일)
멍이 발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붓기는 첫째 날에 비해 많이 가라 앉은 듯?
그래도 계속 얼음찜질을 수시로 해줘야 했고 진통제를 꾸준히 복용해줘야 했다.
여섯째 날(11월 26일)
일주일 내내 화장실 갈때 마다 힘들었다.
발이 땅에 닿으면 아파서 왼쪽으로는 욕조를 붙잡고 오른쪽 다리로 딱 지지한 후에 몸을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여서 바들거리며 볼일을 봤다. 시원치 않아.
일곱째 날(11월 27일)
아니 멍이 어디까지 올라오는거야?
다친건 발목인데 멍이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구나...
<공연 관람>
두달 전에 미리 공연을 보러가려고 예매해뒀다. 넘 보러 가고 싶은 공연이였지만 취소를 해야할 것 같아서 문의하니 환.불.불.가.
떼힝~! 매정하긴. 의사 소견서 첨부하고 사정을 얘기해도 안된단다. 양도는 가능하다고.
다친것도 서러운데 보고싶던 공연까지 못가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가기로 결심했다.
아이스 팩도 따로 싸들고 만반의 준비!
짠! 공연장에 도착하니 안내원이 휠체어를 빌려주겠다고 하셨다.
근데 이 휠체어도 목발 꽂는 곳이 없어 ㅋㅋㅋㅋ 휠체어 만드시는 분들 보시면 참고좀여...
다친 후에 공공장소는 처음 가봤는데 새삼 캐나다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잘 되있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휠체어로 못가는 곳이 없고 장애인용 화장실도 넓직하게 구비되어 있고 사람들도 날 배려하는게 느껴져서 아무 문제 없었다.
왼쪽 발을 딛지 못하니 한 다리로 앉았다가 일어섰다 해야하는데 화장실에 잡을 수 있는 봉도 설치되어 있고 편리했음.
자율배석이였는데 직원분이 사람이 덜 다니고 널널한 자리로 안내해 주셔서 남친 다리위에 내 다리를 올리고 관람할 수 있었다 ㅋㅋㅋ
근데 1부 공연이 끝나고 부터 힘들어지기 시작
자세를 삐딱하게 해서 보니까 허리도 아프고 위 사진과 같이 발 부분 밑에 받쳐지는게 없으니 발목에 힘이 들어가서 고통스러웠다ㅠㅠ
진심 집에 가자고 하고 싶었음;;
남친 옆에 자리가 비어서 남친한테 거기 앉으라고 하고 난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봤다. 둘이 떨어져서 ㅋㅋㅋ
어쩔 수 없었지.
갖고온 아이스팩도 대니까 좀 살 것 같았다.
약간 번거롭긴 했지만 가길 잘했던 것 같다.
공연도 너무 좋았고 일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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